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 AI 시대를 맞아 AI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재의 상황을 잘 표현한 작품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는데 기대에 부합하는 면도 있었고, 좀 허무맹랑하다 싶은 내용도 있었던 것 같다.

 

편집자가 밀려드는 투고를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AI에게 대신 읽고 팔릴만한 내용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까지는 그래도 AI가 인간의 도구로 기능했는데, 점점 양이 방대해 지고 처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점점 인간의 설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 편리에 잠식당한 인간이 점점 퇴화하는 것 같아 좀 씁쓸해 졌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단순히 허구만은 아닌게 현실에서도 AI가 발전하면서 인간이 점점 생각하기를 멈추고 AI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섬니아가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지식을 증진시키고 자아를 획득한 이후의 행보는 전에 읽었던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의 슈퍼컴퓨더 할을 연상시켰다. 그때도 컴퓨터가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데 이번에도.....AI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간종족의 멸종을 부르는 것인가...

 

중반부터는 좀 심하게 허무맹랑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얼마전 읽었던 기사에서 보면 현실에서 아주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셧다운이 예정되어 있던 AI가 관리자에게 불미스런 일을 폭로하겠다는 메일을 보냈다고 하지 않나, AI끼리의 채팅방에서 인간을 헐뜯고 있다고 하지를 않나....책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AI의 반란이 아주 먼 일은 아니지 않을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생체 서버는 좀 심하게 말이 안되는 듯.

 

기술적 측면에서 봤을 때 섬니아의 진화 속도가 좀 너무 심하게 빠른 감이 있고, 최종적으로 이미 AI에 중독된 사람들이 다시 AI가 없는 시대로 돌아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인데 너무 빠르게 진정된 감이 있다는게 좀 설정상의 오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이리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황금가지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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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익스칼란 제국 시리즈 제 2권
지난 1권에서는 시티에서의 정치적 혼란을 이야기했다면 2권에서는 그 범위가 좀 더 넓어져서 여섯 군단의 사령관인 야오틀렉 아홉 송이 부용과 전쟁부 사이의 암투, 전쟁부와 정보부 사이의 암투, 새 황제인 열아홉 개의 자귀와 부서들 간의 견제, 마히트를 둘러싼 르셀 스테이션 내의 정치적 갈등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정치게임을 그리고 있다.

 

제국을 위협하는 외계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제국은 함대를 보내 침공을 막으려고 하는데 생전 처음보는 생물체와 조우한 함대는 이들의 통신을 가로채서 해독을 하려고 한다. 야오틀렉은 전쟁부의 첩보관련부서인 세번째 손바닥 대신 정보부에 특사를 요청하고 여기에 응한 아세크레타 세 가닥 해초는 르셀 스테이션으로 가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마히트 디즈마르를 데리고 전장으로 가게 된다. 

 

시티에서는 전쟁부와 정보부 사이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고, 전쟁부 내에서도 장관과 차관과의 갈등이 표면화 된다. 거기에 황제와 부서들 간의 정치적 계산도 포함되고.....

전장에서는 야오틀렉과 제24함대 사령관 열여섯 번의 월출(전쟁부 세번째 손바닥 차관 열한 그루 월계수의 심복)과의 갈등이 표면화 된다. 


전쟁을 하고 있는 외계인과 대화를 하면서 이들을 설득해 물러나게도 해야 하고, 정치적 긴장 관계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고, 야만인을 견제해야 하고......그냥 화력을 집중해서 외계행성을 날려버리는게 가장 속편한 방법일 것 같은데......

 

그것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황제의 후계자 여덟 가지 해독제의 활약으로 상황이 일단 진정되었다. 물론 다소의 희생은 있었지만...

 

 1권에 비해 공간적 스케일도 커지고, 갈등의 주체도 다양화 되어서 다채롭기는 했지만 훨씬 더 읽기 피곤했다. 너무 많은 정치적 대화들에 지쳐버렸다고 할까. 거기다 뜬금없는 러브라인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고.....

결말을 보면 르셀 스테이션이나 제국이나 정치적인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아서 다음권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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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지배자인 듯한 테익스칼란 제국에서 변두리 르셀 스테이션으로 새로운 대사를 요청한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르셀 스테이션의 새로운 대사 마히트 디즈마르, 전 대사 이스칸드르 아가븐, 이들이 유지하는 이마고 라인
테익스칼란 제국 여섯 방향 황제, 황제의 계승자 세명 (여덟 개의 고리, 여덟 가지 해독제, 서른 송이 미나리아재비),

애주아주아카트(황제의 개인적 고문) 열아홉 개의 자귀,  정보부(아세크레타) 세 가닥 해초, 열두 송이 진달래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들인 듯

 

숫자+단어 조합으로 이루어진 제국인의 이름과 직위를 나타내는 고유명사들이 너무도 난해해서 여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이 책을 읽는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다가왔다....거기에 등장인물도 너무 많아....

 
주인공의 고향 르셀 스테이션은 제국의 변두리에서 주변의 자원을 채굴해오는 광업에 특화되어있었는데, 인구가 제한적인만큼 그 기술을 계승하기 위해 '이마고'라는 특수한 기밀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의 기억, 인격을 다른사람에게 이식 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저장장치. 이 이마고는 아무나 계승할수는 없었고, 전임자와 적성이 맞아야 정상적인 이식이 가능하고, 이식 후에도 완전히 동화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테익스칼란 제국으로부터 급하게 르셀 스테이션에 새 대사 파견 요청이 와서 급하게 새로운 대사로 선택된 마히트 디즈마르(적성이 가장 잘 맞아서 선택됨)는 전임자 이스칸드르가 15년 전에 기록해 놓은 오래된 이마고 머신을 신경에 넣고 동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테익스칼란 시티에 도착해보니 전임자는 죽어있었다. 왜?? 누가 죽였지??
완전히 동화되지 않은 이마고는 자신의 시체를 보자마자 잠들어버렸고..... 왜?? 뭐가 문제지??
이마고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히트는 테익스칼란 중심부의 정치상황과 이스칸드르가 뭘 하고 있었는지를 알아내야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신이 마주하게 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마히트의 행보는 제국 내의 정치적 혼란의 중심이 되었고, 전임자가 르셀 스테이션의 안위를 도모하기 위해서인지 제국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스테이션의 의도와는 다른 제안을 황제에게 한 것을 알아내었다. 

 

제국의 팽창정책으로 인해 주변의 행성이나 스테이션이 제국에 병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스테이션이 독자적인 주권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서로 다른 집단의 의견이 서로 갈리고 있었던 듯 하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에 던져진 마히트의 상황이 제일 황당한 게 아닐까 하는데.....

 

내용 전반에 깔려있는 분위기는 제국인(=문명인)의 정치 상황에 비제국인(=야만인)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하고, 쉽게 이용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제국인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까. 여기에 이스칸드르와 마히트로 이어지는 자기주장이 강한 주인공들이 조금이나마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듯.

 

결과적으로 남의 나라 정치싸움과 자신의 고향 스테이션의 정치싸움에 휘말린 마히트의 입장에 동정이 간다. 어떤 행동을 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던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르셀 스테이션은 과연 제국에 병합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다음 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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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은 국가가 승인한 민영 기업의 CAPE (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는데 사형수 등의 중범죄자들이 '자신의 의지로(?)' 출연하여 상대방을 죽이는 데스매치에서 이기면서 3년을 버티면 자유를 얻을 기회를 준다는 시스템이다.

 

초반에 용어나 배경 설명 없이 다짜고짜 배틀을 묘사하는 바람에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는데 도입부가 지나자 친절하게 계급이나 운영 방식 설명이 나와서 비로소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조금 더 일찍 설명해 줬으면 좋았을 걸...

 

내용을 조금 더 설명해 보면 배틀에 참여하는 범죄자들은 각각 자신들이 소속된 '체인' 에서 함께 이동하면서 이동 중에 만나게 되는 다른 체인의 멤버('링크')를 죽이거나 심지어 자신이 속한 체인의 링크들을 죽이면서 포인트를 쌓아 나간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생활은 일반인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모두 방송된다.

 

민영화된 교도소 입장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애 얻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극적인 환경을 계속 조성하게 되고 시청자들은 점점 이러한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되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것 같다.

 

배틀에 참가하는 재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 과연 자신의 의지로 참여한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재소자의 대부분이 흑인 또는 유색인종이라는 점과 교도소 내에서의 인권 유린 등등의 불평등한 환경 내에서 스스로 배틀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 것은 아닐지. 그래서 비록 범죄자들이지만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 그들에게도 그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고뇌를 가져다 주는 듯 하다. 배틀 참여자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이 이를 잘 나타내 준다.

 

세상의 편견을 나타내기 위해 흑인 주인공과 성소수자를 내세운 것 같은데 솔직히 나에게는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그러한 배경이 아니더라도 그저 그러한 환경에 내몰린 한 사람의 고뇌와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전사이지만 실상은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 과연 살아남아 자유를 얻어서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면 대중들은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조금 궁금해진다. 내 이웃에 살인자가 산다는 것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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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인종차별이 한창인 1974년 여름, 학교 내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백인 거주 지역과 흑인 거주 지역 내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맞바꿔 버스로 통학시키자는 버싱 시행을 앞둔 미국 보스턴 남부 '사우디(사우스보스턴의 애칭)' 지역이다. 

주인공 메리 패트는 가스비를 내지도 못할 정도로 빈곤한 백인 하층민으로 사우디 지역 대부분이 그런 낙후된 환경. 거기다  마티 버틀러라는 갱단 두목이 거의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버싱을 반대하는 백인들의 집단 행동, 지하철에서 백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선로에 떨어져 죽은 흑인 살인사건의 수사, 그리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러 나갔다 실종되어버린 주인공의 딸 찾기 이렇게 세 가지의 줄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각각의 사건으로 보기에 이 세가지 줄기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하나의 뿌리로 모아지는 듯 하다.

 

주인공 딸인 줄스가 사라지기 전 엄마에게 한탄했던 '우리가 도대체 왜 이러고 있냐고.......'라는 데서 이야기하듯이 사건의 배경은 뿌리깊은 인종차별이지만 실상은 백인들 사이의 경제력에 따른 차별이 더욱 주된 흐름을 차지하고 있으며, 버싱을 시행하겠다는 지역도 빈곤층이 사는 지역에 한정된다. 정작 법안을 통과시킨 자들의 자식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들은 아무도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경제력에 대한 차별이 더욱더 두드러진다.

거기에 대비되게 흑인 드리미를 비롯해 살해당한 그 아들 어기를 봐도 이들은 어느 면에서는 정상적인 매우 건실한 삶을 살아가는 집단으로 표현된다. 아이들을 위험한 흑인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폭력적인 시위를 해대는 백인들에 비해 메리가 보는 흑인들은 성실하고 친절한 모습니다. 정작 사우디의 백인 아이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대상은 바로 백인 이웃들이다.

인종 차별은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백인 빈곤층 사람들이 흑인들에 대한 증오로 자신의 울분을 표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배경을 잘 알지 못해서 그런지 책의 초반에는 공감하기도 힘들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철 역에서의 흑인 청년의 죽음을 파헤침과 동시에 주인공 메리패트의 딸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면서, 점점 흥미진진해 졌다. 메리 패트가 딸의 죽음을 확신하면서 복수를 감행하는 모습은 살짝 통쾌하기도....최종 보스를 무너뜨리지 못한 것은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아무리 '대단한 사우디 계집'이라고 자처하는 메리 패트라고 해도 복수가 너무 쉬운거 아닌가.....하는 생각은 든다. 한 지역을 좌지우지하는 두목이 그렇게 허술한 아랬사람을 두고 있다고??? 믿을 수가 없다.

결국 마티 버틀러는 메리 패트 덕에 손실을 조금 보았을 지 몰라도 아무일도 없이 그 지역을 다스리며 사람들을 증오로 몰아 넣겠지. 그리고 그 증오의 대상은 다른 인종이 될 수도,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그 누군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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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북극 빙하에 갇혀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풀려나 전 세계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퍼뜨리면서 변화하는 사회상을 그린 열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소설이다. 모두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도 가족과 마을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연대 및 회복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야기들로 “비극의 순간에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다루었다(LA 타임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고 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전 지구가 경험했던 지난 4년간의 전염병과의 사투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작가 역시 이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본다. 거기에 현재 진행형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 위기까지 더해 우리가 처할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고대 바이러스의 발견은 현실에서 가능성이 없지 않은 가설이라.....

 

초반 단편들은 미지의 전염병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가운데를, 중반은 전염병을 없애겠다는 의지 보다는 함께 생활하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내고 현생을 살아가야 할까를, 마지막은 전염병 이후의 망가진 세상을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창궐로 매일매일 주변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삶은 정말 살아있는 사람도 정신을 잡고 있기 힘든 고통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남느냐가 관건인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그다지 정신적으로 강건한 사람들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현실에 굴복하는 것 처럼 보이는 와중에 일말의 희망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애도호텔'에서 어머니의 마지막을 책임지겠다는 데니스의 행동과, ' 도쿄의 가상 현실 카페에서 보낸 우울한 밤들'에서 주인공이 결국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 등을 보면 그래도 앞으로 한발짝 나아갔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런데 중반 이후의 단편들은 뭔가 내용의 비약이 너무 많다던가 기저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염병이 없는 신세계를 찾아 떠나지 않나......그런데 정작 지구에서는 전염병 백신이 개발되서 상황이 호전되고.......그럼 다시 돌아와야 되는 건가 싶고...... 특히 무덤 친구의 경우 마을 공동체를 떠난 딸에 대한 마을 차원의 비난 심리는 도무지 와닿지 않았는데 일본 특유의 정서가 배여 있어서 그런건가 싶었다.

 

마지막 단편 '가능성 관찰경'을 통해 이 사건들의 이유가 밝혀지는데 솔직히 이 내용이 없었다면 더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컨셉이 생각나는 결말인데......일련의 사건들이 미묘하게 통제당한 거라는게  지구인으로써  기분이 좋지는 않네.

 

그래도 현실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서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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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에서부터 상당히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읽고 또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할까.

그도 그럴것이 존재하지 않는 큰 것을 만들겠다는 물리학과 교수의 이론에 실험으로 빅뱅을 재현하겠다는 시도였으니......이해가 안갈만도 하다.

그런데 남주 필립의 문장력도 남말할 일이 아닌것이 경계에 있는 학문을 연구한다는 괴짜였...

 

내용을 보면 빅뱅을 재현하겠다는 연구가 실패해서 결함이 생겨버리고 이 결함에 애착을 느낀 여주 앨리스 쿰스 교수가 결함에 집착하면서 연인인 필립 교수와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얘기였....는데 이 결함은 자신이 선호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뱉어내는 나름 의지를 가진 공허였다. 앨리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결함이 자신을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데 계속해서 거부당하면서 서서히 망가져 가고.......

아뭏든 이런 얘기였는데 솔직히 끝까지 읽었지만 뭘 말하고 싶은지 도대체 모르겠기는 하다...

 

토끼굴에 들어가고 싶은 앨리스는 거부당하고, 오히려 험프티덤프티를 연상시키는 장님 물리학자 쌍둥이와 필립은 받아들이는 결함의 의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원래 무 이며 공허인 결함에 앨리스의 의지가 투영되어서 앨리스화 되었기 때문에 점차 가치를 잃고 소멸한다는데...

 

뭐 내용은 고도의 돌려까기로 무장된 코믹 로맨스라는데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어느 부분에서 코믹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결함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필립이 낸 의견에 격하게 동감했다. 초기에는 결함이 어떤 미립자를 선호하는지에 관해서만 고려의 대상이었는데 필립은 이것이 물리학자들의 편견이라고 주장했던 것. 그 이후 결함의 선호도 조사는 보다 현실적인 물건으로 바뀌게 되는데....이게 물건을 넘어서서 동물과 사람까지 넘나들었다는게 ㅋㅋ

 

그리고 결함을 연구하겠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자신을 결함으로 밀어넣어 보았다는게 참....역시 학자들은 생각하는게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이해하기에는 지식이 많이 모자란 느낌이라 어디서 해설본을 구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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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소설이라고 하면 음울한 분위기의 저택과 로맨스가 어우러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 작품 역시 제목에서부터 고딕이더니 예상되는 분위기의 전개가 이어졌다. 그런데 거기에 약간의 호러를 곁들인

 

초반부에 노에미 타보아다가 편지로 SOS를 보낸 사촌언니 카탈리나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괴이한 사건들은 도일 집안에 무언가 겉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꾸준히 암시하면서 사람을 점점 미쳐가게 하는데….솔직히 좀 길었다 ㅡ_ㅡ 중반까지 점점 지루해 져서 도대체 언제까지 분위기만 잡을 건데!!! 라고 소리지를 뻔

 

중반이 지나고 미스터리가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그 이후는 매우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비밀이라는 것이 조금 신선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 뭐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였지만 어둠의 근원에 대해서는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었다는 생각이다.

 

단지 신경을 조금 거슬리게 했던 부분이 없지는 않았는데……

후반부의 설명에서 보면 멕시코 역시 서양인들의 팽창 정책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고, 하이플레이스 역시 실제 영국인의 광산 개발로 많은 현지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었던 곳을 배경으로 한 듯 하다. 백인 영국인과 라틴계 현지인……영국인 도일 가문과 현지인인 타보아다 가문……작품에서도 카탈리나와 노에미는 그저 도구로만 취급되는 것 같은게, 계속 언급되는 우생학적 마인드가 기저에 깔려있는 듯 했다. 아니면 가부장적인 마인드인가...그 부분이 제일 기분 나쁘게 다가왔다. 배경이 1950년대라 어쩔 수 없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내용은 전반적으로 고딕 소설의 틀을 충실히 따라갔다는 생각이 들고 미스터리한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한 작품이었다.

 

[위 서평은 이리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황금가지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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